1. 올해의 아티스트

박재범

박재범(Jay Park)이 처음 AOMG를 설립했을 때만 해도 의구심이 앞섰다. 당시 그가 걸어왔던 노선은 ‘힙합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을 달기에 객관적으로 부족했고, 레이블의 색채나 소속된 이들의 음악성 역시 불분명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 년 뒤, AOMG는 힙합 씬의 최전선에 위치한 거대 집단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박재범이 있었다. 이제 박재범은 [EVOLUTION]과 [WORLDWIDE]로 음악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쟁취하는 체급으로까지 올라섰다. 2016년 발표한 [EVERYTHING YOU WANTED]도 마찬가지다. 그는 메인스트림 알앤비와 서브 힙합의 영역까지 크게 주무르며, 자신의 강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2016년의 박재범은 누구보다 빠르고 영민하게 음악적인 역량을 보여줬다. 확실히 그는 전천후 흑인 음악 아티스트로 헌재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다.

2. 올해의 신인 아티스트

저스디스

저스디스(Justhis)에게 2016년은 극적인 터닝 포인트로 기록될 것이다. 그동안 '준수한 신인' 정도로 평가되었던 그는 올해를 기점으로 기막힌 반전 드라마를 써내려갔다. 데뷔 앨범인 [2 MANY HOMES 4 1 KID]는 저스디스가 가능성 그 이상의 무언가를 갖춘 MC란 것을 톡톡히 증명하는 작품이었으며, 그 역시도 앨범 안에서 독보적인 서사와 베베 꼬인 뉘앙스를 통해 본인의 연출력을 한껏 과시했다. 또한, <마이크 스웨거> 출연은 어떠했는가. 그가 내뱉은 자극적인 벌스 하나는 여러 의미에서 큰 파급효과를 끌어냈다. 어딘지 모르게 한이 서리고 분노가 가득한 외침은 언더그라운드 팬들이 남몰래 감추고 있던 끈끈한 정서를 자극했고, 이는 저스디스의 이름이 모두에게 각인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확실히 저스디스는 2016년 가장 자극적임과 동시에 가장 뜨거웠던 신인 아티스트 중 하나였다.

3. 올해의 힙합 앨범

넉살

작은 것들의 신

넉살에 대한 기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작은 것들의 신]은 그 이상을 보여준 작품이다. 기술적인 퍼포머로 인식되어 온 넉살은 본 작을 기점으로 뮤지션이 으레 갖춰야 할 서사 구조와 문학적 페이소스, 주인공으로서의 장악력까지 준수하게 선보인다. 언더그라운드 래퍼의 자존심이 담긴 “팔지 않아”와 일상의 가치를 피력하는 “밥값”, 분할된 서사 구조의 내러티브를 제공하는 “ONE MIC”가 대표적이다. 유쾌함과 진중함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적절히 움켜쥔 채, 과장되지 않은 일상을 풀어내는 넉살의 스토리텔링은 앨범의 가장 큰 묘미임과 동시에 드라마를 만드는 핵심 키워드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작은 것들의 신]은 올해 가장 서민적인 앨범이었다.

4. 올해의 힙합 트랙

비와이

Forever

전반부와 후반부의 비트가 서로 다른 구성은 흔히 보기 어렵다. 그만큼 만들기도 어렵고 뮤지션이 소화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비와이(BewhY)는 이러한 곡의 흐름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며 하나의 완벽한 트랙으로 일궈냈다. 절도있는 발성과 탄탄한 발음, 곡의 흐름을 제멋대로 바꾸는 플로우까지. 이 트랙에서 비와이는 랩에 있어서만큼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영원히 비와’를 외치는 비와이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기대하게 만드는 트랙.

5. 올해의 알앤비 앨범

박재범

EVERYTHING YOU WANTED

[WORLDWIDE]와 [EVERYTHING YOU WANTED]는 마치 두 영역에 걸쳐 있는 박재범(Jay Park)을 분화하여 극대화한 앨범 같다. 전자에서 그가 수많은 게스트들과 막대한 양의 랩을 쏟아냈다면, 후자에서는 게스트와의 호흡보다는 박재범 그 자신이 싱어로서 표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매력 그 자체를 좀 더 집중도 있게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All I Wanna Do”나 “Me Like Yuh”처럼 트렌디한 영역에 속하는 트랙도 있고, “Limousine” 같은 다분히 복고적인 경향의 트랙도 있다. 각각 위트와 진중함이 포인트라 할 수 있는 “사실은”, “곁에 있어주길”이나 트랩에 초점을 맞춘 “Alone Tonight”, “Only One”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차 차 말론(Cha Cha Malone)이 만든 하이파이한 프로덕션이 앨범의 균일한 퀄리티를 보장하기에 어떤 치명적인 흠이 없다는 점도 앨범을 특별하게 한다. 이전부터도 그랬지만, 박재범이 한국말 가사를 능숙하게 소화하는 건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그가 랩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도 걱정할 게 없다. 대중들은 이 앨범으로 ‘알앤비 싱어 박재범’에게 바라는 그 모든 것을 모자람없이 얻었다.

6. 올해의 알앤비 트랙

D (half moon) (Feat. 개코)

인제 와서 문득 딘(DEAN)의 음악 커리어를 돌이켜 보니, 그는 일찌감치 국내에 신인 알앤비 스타가 탄생할 것을 예고했던 것 같다. EP가 발매되기 전까지의 상황을 놓고 보면, 딘은 이미 SNS상에서의 입소문, 국내, 외 매체 및 실력파 아티스트들의 서포트, 야마 넘치는 음악, 방송 출연 등으로 이미 발단부터 전개까지의 스토리를 착착 진행하고 있었다. "D(half moon)"은 많은 이가 딘의 다음 스토리를 기대하던 와중에 체크메이트를 외칠 수 있었던 카드였다. 이 곡은 어찌 보면 그의 이전 결과물들보다는 몇몇 알앤비 아티스트를 통해 증명됐던 일종의 성공 공식에 가까운 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공식을 밑바탕에 두고 그는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온전히 담아냈다. "D(half moon)"은 분명 딘이 더욱 폭넓은 층위에 걸쳐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였다.

7. 올해의 프로듀서

그루비룸

유능한 프로듀서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2016년이었지만, 그중에서도 그루비룸(Groovy Room)은 단연 돋보였다. 장르의 영역을 가리지 않고 수준급의 메이킹 능력을 선보였다는 점이 주요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들은 언더그라운드 힙합부터 메인스트림 가요 시장에까지 발을 뻗히며 넓은 활동폭을 선보였다. 오왼 오바도즈(Owen Ovadoz)의 "City"와 블락비 바스타즈(Block B Bastarz)의 "이기적인 걸"을 한 해에 같이 히트시켰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어느새 그들은 하나의 캐릭터 사운드를 가진 팀으로 성장했다. 확실히 그루비룸이 트렌드를 캐치하는 속도는 남들보다 반걸음 앞서있다.

8. 올해의 콜라보레이션

LIVE, SIK-K, PUNCHNELLO, OWEN OVADOZ, FLOWSIK

EUNG FREESTYLE

비주얼 프로덕션 Dream Perfect Regime의 프로젝트성 곡, "EUNG FREESTYLE"은 2016년 한 해 동안 뜨거웠던 래퍼들을 잔뜩 모았다. 각 래퍼는 그루비룸(Groovy Room)의 동양풍 비트에 맞춰 저글링 하듯이 랩을 주고받는다. 2016년 한 해 동안 뜨거웠던 루키들이 죄다 모여, 훅 없이 2분 내내 랩을 하는 음악을 올해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꼽지 않으면 무엇을 꼽을까? 심지어 각자의 벌스를 모은 옴니버스 형식도 아니라 그 의미가 더욱 크다.

9. 올해의 과소평가된 앨범

슬릭

Colossus

여러모로 한국에서 진작에 나왔어야 할 앨범이 아닌가 싶다. 다양한 프로덕션의 독특한 분위기, 일관된 흐름의 서사, 앨범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차근차근 진행해나가는 랩, 그리고 슬릭(Sleeq)이 들려주는 독보적인 이야기까지, 작품은 나름의 근사함과 탄탄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슬릭이라는 래퍼의 존재감과 캐릭터만으로도 그의 첫 정규 앨범은 가치가 있지만, 앞으로 더 좋은 서사, 더 욕심이 느껴지는 가사를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더욱 하게끔 만드는 작품이다.

KHA NEXT with MILK

페노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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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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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